먹는 콜라겐, 왜 이렇게 인기일까? 의사가 써보는 콜라겐 보충제에 대한 고찰
의사가 써보는 콜라겐 보충제에 대한 고찰
“먹는 콜라겐도 효과가 있나요?”
환자 분들과의 상담 중, 한 번씩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최근 SNS에는 하루 한 포씩 콜라겐을 마시는 ‘뷰티 루틴’이 일상이 되었고, 온라인 쇼핑몰에 검색을 해봐도 먹는 콜라겐 보충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 역시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습니다.
이론적인 근거는 다른 글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짧게 얘기하자면 콜라겐은 고분자 물질이고 그대로 체내로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보다 작은 단위인 펩타이드나 아미노산으로 분해가 되어야 흡수가 이루어질 수 있고, 이미 콜라겐의 형태가 무너졌기 때문에 콜라겐을 섭취하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죠.
또한 15년 전 제가 학생 때에는 먹는 콜라겐은 효과가 없다고 의과대학에서 배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기억이 계속해서 편견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논문과 연구, 그리고 점점 확산되는 콜라겐 보충제를 바라보면서 지금은 조금 더 호의적인 시선을 갖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 명의 의사로서, 그리고 한 명의 소비자로서 ‘먹는 콜라겐’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콜라겐, 왜 이렇게 인기일까?
콜라겐은 피부 진피층의 구조를 유지하며, 피부에 탄력을 주는 중요한 단백질입니다. 특히나 탄력과 관련되어 있어서 각종 안티에이징 시술, 혹은 리프팅 시술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성분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사실상 피부과의 모든 안티에이징 시술이 콜라겐 재생을 촉진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삼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콜라겐을 보충제를 통해 채워넣을 수 있다면? 완전 개이득 아니야? 이것은 단순하면서 강력한 메시지이며 설득력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먹는 콜라겐, 정말로 온전히 흡수되는 것일까?
콜라겐은 기본적으로 단백질입니다. 우리 몸에 들어가면 소화 효소에 의해 잘게 분해되는데, 예전에는 이 과정을 이유로 “먹는 콜라겐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고분자 단백질인 콜라겐은 보다 작은 단위인 펩타이드나 아미노산으로 분해가 되어야 흡수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분해된 펩타이드, 아미노산은 이미 콜라겐 형태가 아니게 됩니다. 따라서 콜라겐을 섭취해봤자 다른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으며, 피부 콜라겐을 보충하는 데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은 계속해서 발전하는 분야입니다. 최근의 콜라겐 보충제 연구들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생선 비늘에서 추출한 ‘어린 콜라겐’은 저분자 콜라겐인데, 분자량이 작아 소장에서 더 쉽게 흡수될 수 있으며, 일부는 콜라겐의 형태를 어느 정도 유지한 채로 혈류에 들어간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 Journal of Drugs in Dermat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콜라겐 펩타이드 8주 섭취 시 피부 탄력과 수분감이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콜라겐 펩타이드가 진피층 섬유아세포의 콜라겐 합성을 촉진한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소화돼서 끝’이라는 인식보다는, 특정 조건에서 콜라겐 보충제가 체내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셈입니다.
콜라겐 보충제를 섭취한다면, 언제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
콜라겐은 비타민 C와 함께 복용할 때 흡수와 재합성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콜라겐은 프롤린(Proline)과 글라이신(Glycine), 그리고 하이드록시 형태인 하이드록시프롤린(Hydroxylproline), 하이드록시라이신(Hydroxylysine)이라는 아미노산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아미노산의 하이드록시(hydroxylation) 과정에 비타민 C가 필수적인 인자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콜라겐 보충제 섭취시 비타민 C를 함께 섭취해주면 보다 도움이 됩니다.
비타민 C 또한 각광받는 항산화 성분이자 비교적 접근성이 쉬운 물질이므로, 가볍게 비타민 C 보충제를 한 알 정도 같이 먹어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혹은 콜라겐 보충제에 이미 비타민 C가 포함되어 있다면 더욱 간편하겠죠.
즉 제품 선택 시에는 다음 기준도 참고해보세요:
분자량 1,000Da 이하: 흡수가 잘 되는 저분자 펩타이드
어린 콜라겐 - 생선 비늘 유래 콜라겐은 분자량이 작고 비교적 흡수가 원활히 이루어짐.
부원료 확인 - 비타민C, 히알루론산, 엘라스틴 등과의 조합
“효과 없다”와 “효과 있다” 사이에서
먹는 콜라겐 보충제가 기적의 물질은 아니지만, 무의미한 것도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이제는 효과가 입증된 연구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고, 피부나 관절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결과들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몸의 반응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남이 좋다고 무조건 따라가기보다는, 직접 써보고 나에게 맞는지를 판단해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의학은 늘 진화하고, 콜라겐도 그 경계에서 점점 더 입지를 넓혀가는 중입니다. 평소 피부 건강, 피부 탄력이 고민이라면, 이제는 콜라겐 보충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한 번쯤 가져보세요.